근데 이건 단순 백합이라 말하기엔 좀 예외가 있음
일단 둘이 안사귑니다
검은머리가 나나미 토우코이고 주황머리가 유우인데
유우는 옛날부터 사람에게 연정을 느끼지 못해 고민을 안고 있었음
그러던 중 토우코도 사람에게 연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토우코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음
근데!! !!!!!
그순간 토우코가 유우를 좋아하게 되어버린것임.....
내가 보면서 놀란점은 백합애니치고 사랑에 대해 굉장히 진지한 고찰을 담고 있어서다
토우코는 유우가 자신을 좋아할수 없다는걸 알면서도
유우에게 계속 좋아한다고 말하고 옆에 있고 싶어하고 상냥하게 대해주고 응석도 부림
유우는 자신과 같은줄만 알았던 토우코가 자신에게 그런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토우코를 밀어낼 수도 없음
유우는 전형적인 무로맨틱이다
물론 사람 성향에 전형적인게 어딨겠냐만은...
무로맨틱의 사전적 정의에 가장 걸맞는 사람이랄까??
사람에게 연애적 감정을 품지 못할뿐더러 그런 감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
무성애자인지는 잘 모르겠다...토우코랑 키스를 하고 스킨십을 하면서 딱히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는 듯 함
무로맨틱 유성애자가 실제로 흔하게 존재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나는 유로맨틱이라서 잘 모르겠다
어제 탐라에서 봤는데 무성애자와 유성애자의 생각은 생각보다 심각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지금 내 해석으로는 '필요성'의 차이인 것 같다
행위로 거부감을 느끼지 않더라도 굳이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점
암튼 유우는 토우코에게 아무런 연정을 느끼지 못하지만
갈수록 뭔갈 더 원하는 토우코를 전부 받아주느라
학교에서 몰래 키스하고 같이 하교하고 손잡고 산책하지만 사귀지는 않는
그런 묘한 사이가 되었다
여기서 시사할 점 하나...
사귄다는건 대체 뭘까??
토우코는 유우보다 한살 많은 학생회장이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성격도 좋은 모범생이지만
사실은 죽은 언니를 대신하기 위한 강박으로 이루어진 껍데기뿐인 사람이다
언니를 따라하기 위해 스스로를 세뇌하는 바람에 진짜 자신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
자신이 알고있는 언니를 따라하다보니 자신도 공허함을 느끼지만
죽은 언니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강박에 휩싸여 있다
그러나 토우코가 유우를 좋아하는 것은 유일하게 토우코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고
모두가 허울뿐인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유우는
모두를 평범하게 본다는걸 알아채고 유우만이 자신을 그대로인 나, 평범한 나로 봐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자신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유우를 좋아하는것
토우코는 유우에게 자신을 좋아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런 토우코를 향해 어딘가 씁쓸한 표정을 짓는 유우..
토우코와 유우는 서로를 향한 관계를 쌓아가며 정체성을 찾아간다
애매한게...애니판 결말이 너무 열린결말이어서 얘네 그래서 정체성을 찾은거야??싶은데
원작에서는 둘이 결국 사귄다고 함
어떻게 사귈지 궁금해서 원작 지르려고 했는데 ...비싸길래
사실 나는 애니판 결말에서 이렇게 애매하게 끝난걸 보고
아 얘네는 계속 이런 뭣도 아닌 관계를 유지하겠구나 싶었다
유우는 끝까지 토우코를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좋아한다는건 사회적 의미로서의 단순한 연애감정을 말하지만.
그러나 유우는 자신의 나름대로 토우코를 좋아하고 있었다
부끄러울때 얼굴이 빨개지는 토우코가 귀엽다고 생각한다거나
같이 하교하는게 즐겁다거나
응석 받아주는게 싫지 않다거나
키스가 싫지 않다거나
토우코가 더이상 남을 연기하지 않고 진정한 자신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한다거나...
만화영화에서처럼 세상이 반짝반짝거리는 특별함은 아닐지라도
그들의 관계는 이미 특별하다
그리고 이런 관계를 굳이 틀에 맞추어 정의내리지 않아도 된다
틀에 가둬버리는것은 일종의 폭력이기 때문이다
왓챠 후기 중에서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다
'좋아한다는 말은 폭력적이다. 그런 네가 좋다는건 지금 이대로의 네가 아니면 싫다는 거니까'
스펙트럼과 같은 사람의 감정과 성향을 구체적으로 구분하려고 하는건 폭력이다.
정의내릴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어도 애니가 백합물로 분류된 건
단순한 관계를 넘어선 깊은 감정적 교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토우코는 유우의 온도가 자신과 비슷한 온도가 될때까지 계속 기다릴 것이다
이들의 관계가 일방적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느끼는 감정은 다르지만 이건 분명한 감정 교류...
그런 이들에게 확실히 '좋아한다'와 '연애'는 폭력에 가까울지도.
(사회적으로 여성집단이라고 여겨지는)여성간 교류는 다른 성별보다 에이섹슈얼한 형태를 띤다.
물론 정반대일수도;;근데 어플봐도 그렇고 sns봐도 그렇고
유독 플라토닉한 관계를 원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에게는 너무너무 다양한 감정과 욕구가 있다
그리고 그 욕구를 충당하기 위한 정도의 차이에 따라 사람의 성향이 결정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걸 어떻게 구분짓냐고...
무지개 스펙트럼에서 주황색이 노란색과 빨간색 중 어디에 더 가깝나요??라는 질문에 대답하는것과 같은 모순이다
사실 전부터 정체화에 모순이 있다고는 항상 생각해왔다
젠더도 그렇고 로맨틱도 섹슈얼도 구분짓는다는건 언제나 폭력이다
그러나 구분짓는것의 장점은...집단 형성이다
어떤 커다란 체제 안에 속해있다는건 때론 자유와 안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안그래도 괴상한 only이성애 다수집단속에서 사는것도 쪼달려 죽겠는데
기존 체제에서 벗어나있다는 고립감을 느끼는것보단 소수집단이더라도 어딘가에 속해있는게 훨씬 낫다
연대에도 필요하고...
암튼.말이 이상한데로 샜네
위의 이유로 연애라는것도 여전히 모순투성이이다
애초에 연애가 뭔데??똑같이 소중한 감정교류를 연애다/연애가 아니다 라며 구분짓는건 이상하다.
연애가 그렇게 고귀하고 대단한거냐??....
...라는게 내 이데아에 존재하는 생각이고
현재의 나는 현실에 처절히 패배해서 연애 그래 중요하지 하는중임
연애는 상호합의이자 계약...
물론 관계에 계약이 필요한건 사실이지만
전에 내가 말했던것처럼 사회계약이 없는 관계야말로 진실된 관계인데
현재 체제 안에서 계약이 없는 이상적인 관계는 현실에 부딪혀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
토우코와 유우가 사귀지도 않으면서 저리 행복한건...
'애니메이션이어서이다'
여담으로...
애니에서 좋았던 점이
생각보다 여학생퀴어따리들의 현실을 잘 짚어낸 점이다
토우코의 친구(초미녀)가 있는데 얘는 여중출신
여중다닐때 어떤 선배가 고백해서 뭣도모르고 사귀었다가 진짜 선배가 좋아져버렸는데
나중에 선배가 이런건 잘 모르고 장난식으로 맺은 관계 아녔어?
이딴식으로 말해서 헤어지고 여자 안좋아하려고 남녀공학왔는데
여기서도 여자를 좋아해버리는 ㅋ ㅋ ㅋ ㅋㅋㅋ ㅋㅋ ㅋ ㅋㅋ 아웃겨
얘가 나중에 지하철역에서 그선배를 만나는데
그선배가 갑자기 미안하다고..혹시 나때문에 아직도 여자좋아하는거 아니지??우리이제 다컸잖아
이래서 픽웃으면서 짝녀한테 달려가서 팔짱끼고 가는게 웃겼다
글고 학교선생님이 레즙연이고 학교주변 카페 사장님이랑 사귀는데
사장님이 미친 단머부...여고딩한테 귀엽다고 플러팅함
이사람들 이야기도 재밌음 ㅋㅋ동거하면서 재밌게 살더라..
나중에 토우코 친구한테 둘이 사귀는거 들키는데
아기lez연애상담해주는 장면도 나옴
나중에 보니까 작가가 여자더라
이건 백합충한남에게서 나올수있는 스토리가 아님...
암튼 도키도키하고 귀여운 만화였슴다
님들도 시간날때 보세요
그럼 이만
지금이랑 정말 다른 소리를 하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네
아 wlw
피곤해
'덕질 > 문화생활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야카는 히로코 선배를 사랑하고 있다> 후기 (0) | 2024.07.30 |
---|---|
NGHFB 2024 (0) | 2024.07.27 |
100만달러의 어쩌고 오릉성 후기 (0) | 2024.07.17 |
조금 진지한 첫 겐바 후기 (0) | 2024.06.19 |
<로봇 드림> (0) | 2024.06.08 |